2015년 12월 7일 월요일

교실 문제 해결하기 > 추운 겨울 문 좀 닫고 다니자

겨울입니다.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놓아도 추운 겨울입니다. 교실 문이 열리면 찬바람 들어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춥습니다. 친구들이 교실 문을 잘 닫고 다니면 좋을텐데요, 습관이란 쉽게 고쳐지지 않나 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임시 학급회의를 열어 좋은 해결방법을 의논했습니다.

1차 회의 결과로 결정된 사항은 공고문을 붙이자는 것입니다. 문을 열 때마다 눈에 띄도록 공고문을 붙였습니다.

난방비가 올라가니 문을 꼳 닫아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이성에 호소해 봅니다.


감정에도 호소를 해봅니다.


이성에도 호소해보고 감정에도 호소해 보았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시도합니다.
바로 복도를 지나가는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아보자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문을 닫고 다니자'라는 호소문이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은 후 2차 회의를 진행하게 됩니다.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이론(Maslow, 1943)에 의하면 난방은 수면, 공기, 음식, 주거 등과 같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의 잠재 역량을 최고로 발휘해서 최고가 되고 싶은 욕구는 생기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매슬로우의 말대로라면 지금 상황은 단순한 추위 문제가 아닌 훨씬 심각한 교육적 위기 상황인 것입니다. ㄷㄷ

'심각한 상황인데 그냥 내가 해결해 줘버릴까?'
교사로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다복솔 선생님이 교실에 설치하신 '펫트병을 이용한 자동문' 도 생각났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페트병, 노끈, 도르래, 나사못 3개만 있으면 1분만에 자동문을 완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프레네 교육에서 배운대로 학급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해결할 수 있도록 좀 더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2차 회의에서는 문을 연 사람이 문을 닫지 않으면 불편한 상황에 처해지도록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해결을 위해서 뭔가를 만들기로 했고 만드는 것은 희망을 받은 후 ICT 동아리 팀에서 제작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아침 자습 시간이 8시 30분부터 9시까지 30분입니다. 1년 동안 매일 30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우리 반은 자습 시간을 이용한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취미가 같은 친구들이 모여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영화 제작, 페이퍼 크래프트, 만화 그리기, 보드게임 만들기, 코딩하기, 교육용 어플 소개하기, 방송댄스 등등 수많은 동아리가 운영됩니다. 활동 결과물은 발표 또는 게시판에 전시하여 다른 친구들과 나눕니다.

오늘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방긋 웃으면서 이젠 추위 걱정이 없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고 하니 대답대신 뒷문으로 데리고 갑니다.




드디어 ICT 동아리 팀에서 문이 닫혀있지 않으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장치를 완성한 것입니다!
언뜻 살펴보니 전선, 은박지, 노트북, 메이키메이키 보드가 보입니다. 
팀원들끼리 아침 자습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에 놀지도 않고 함께 힘을 합쳐 만든 결과물입니다.

처음에는 환호하던 반 친구들이 출입이 잦은 점심시간이 되자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싸이렌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것입니다. 사진은 ICT 동아리 팀이 친구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듣기 좋은 소리로 바꿔보겠다고 약속하고 작업하는 모습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이런 멋진 장치를 만들었는지 친구들에게도 소개해달라고 부탁해 두었습니다. 

올해 우리 반 친구들에게 제가 해준 것은 코두로 게임만들기, code.org, 엔트리를 몇시간 소개해 준 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피지컬 컴퓨팅까지 스스로 공부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과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SW교육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전면 시행되기 전까지는 교실에서 동아리 형태로 SW교육이 진행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